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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가로막는 고입제도 폐지돼야"

26일, 익산교육연대 정책토론, 학생 행복권 논의

등록일 2006년05월29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대입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익산지역의 고입 연합고사제도를 폐지하고 완전내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난 26일 열린 제2회 익산교육시민연대 정책토론은, 정부의 고교입시 정책이 전국을 아우르지 못해 특정지역 교육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공동인식에서 출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리 남중 교사 김영춘씨는, 완전내신제가 시행되지 않는 익산의 경우, 팽배한 입시과열로 인해 교사가 교육과정을 제대로 실현해서 가르치기 어렵고, 잠재력이나 창의력을 살리려고 시도하는 교사를 우선 학생들부터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또 줄포공고 교사 길민호씨는, 가지역 고등학교 또는 대학 진학율에 목매다는 제도 아래서는 교직사회가 경직될 수 밖에 없고, 보람보다는 자괴감에 휩싸여 교육시스템 전체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리여고 교사 정우식씨는, 고입스카웃 과열경쟁을 부르는 고교입시제도는 독점과 배제에 따른 특권의식을 양산하고, 공교육과 사교육간의 미룸 현상을 초래하며, '나'가 중심되지 않는 타자간 견줌의 사고를 발생시키는 등 부작용의 원천이 되고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한 솜리생협 최경애 이사장은, "모순된 교육은 모순된 사회를 낳는다"고 전제하면서 "아이들의 존재를 가볍게 만드는 것을 어른들이 저지르고 있는 만큼, 학생이 적성을 살리고 행복을 영위하도록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한 양승일 변호사는,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이 서로 미뤄서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불충분한 수면과 과로에 찌들어있다"면서 "방과후에 학생의 특기적성을 실릴 수 있는 제도의 정착과 대학입시에 대한 사회인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의 발제자들은 오늘의 고교입시제도가 지닌 다각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공감하고, 학생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는 진로지도가 가능하도록 교육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또 개인적 선호도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이 오히려 좌절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완전내신제가 원론적인 대안이라는 점에 중지를 모았다. 소통뉴스/공인배 기자

 

◉ 토론회 발제자 별 주요발표 내용 요약
<현 고입체제에서의 문제점과 대안>


·김영춘: 중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고입위주의 획일적 교육으로 중등교육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입시체제에서는 7차교육과정의 주내용인 학생의 잠재성을 개발하고 교과서 밖과 연계된 교육은 불가능하며, 진도와 시험일정에 맞춘 교육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진로지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체능에 특수한 재능을 가진 소수의 학생만 진로개인지도가 될 뿐, 단지 실업계와 인문계로의 양분하는 것 외에 진로지도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즉, 현 교육입시제도가 결국 학교 교육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최경애: 교육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적성을 발견하고 발휘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성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평준화나 특성화고(실업계고)의 문제 등 적성에 대한 고민과 기준이 선행될 때 비로소 해결점이 보일 것이다. 적성중심의 교육은 결국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지금 당장 실업계고로 간 아이가 불행한 것은 결코 아니며, 미래까지 열등한 길로 가는 것도 아닌데 이것을 어른들부터 간과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길민호: 우선 실업교육의 현주소부터 파악하면 이전에는 종국(완성)교육이었던 것이 계속(진학)교육으로 이미 전환된 점을 전제해야 한다. 즉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업계고로 진학했지만 결국 실업계고의 궁극적 목표도 대입이라는 것이다.
실업계고의 문제점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전문대학의 설립으로 사실상 실업계고의 종국교육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점, 기능의 시대에서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실업고의 비율을 확대한 점, 개명된 ‘특성화고’에 발맞추지 못하는 내실(시스템, 전문교사, 조직체계, 예산)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안으로 실업계고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진학과 취업을 동시에 지도할 수 있도록 4년제 학제 개편, 대학 정원의 대폭 축소, 자기특기를 최대한 반영한 입시제도로의 개편 등을 꼽을 수 있다.
·양승일: 아이가 이번에 중1이 되었는데 학원을 한 군데(영어)만 다니는 데도 모든 일과를 마치고 오면 밤 9시, 이때부터 숙제·예습·복습하면 자정을 훌쩍 넘기기 예사다. 일반 보습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는 학원에서 귀가하는 시간이 11시가 넘는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내용을 학원에서 채워주기 때문인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알차게 수업시간에 교과목을 끝내고 방과후 특기적성을 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는 안타까움이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결국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고교입시해결의 선행조건이 대입시의 문제해결이며, 대입시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정우식: 우리 사회에 만연된 ‘닫힘’, ‘미룸’, ‘견줌’의 의식들은 우리 교육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다. 양질의 교육을 내 자식에게만 주고자 하는 ‘닫힘’의 의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산층이상과 이하, 상위성적과 하위성적학생의 통합 교육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들의 통합교육이 결국 사회를 더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미룸’은 가정과 학교와 학원에서 서로의 할 일을 미루지 말고 각자 책임을 가지고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현재성을 중시하는 마인드를 회복해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상위학교로의 진학을 목표로 매진하는 우리 교육은 미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행복은 묵과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도시나 나라로의 진학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고착되어 있다.
익산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갈수록 심화되는 우수학생 유치경쟁(고입 스카우트) 문제, 가지역에 국한된 평준화 문제, 평생고인 효성고의 비정상적인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고교 입시를 위한 익산의 중등 교육이 결국 고교의 학력신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중고교의 연계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파행적 중등 교육의 원인이 바로 전북의 고입선발고사(연합고사)이며 이에 원론적 대안으로 ‘완전내신제’를 꼽을 수 있다.
·홍석종: 나(시외곽)지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원확보다. 정원확보가 가능하다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에 나지역으로 평준화를 확대해야 하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나지역이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완전내신으로 선발해야 학업성취도 면에서 가, 나 지역의 학력차이가 해소될 것이다. 가, 나 지역의 공생방안은 학교간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도농간 문제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문제다.


[토론회를 마치고]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았으면…."

이번 토론회도 여지없이 3시간이 넘는 긴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익산의 고교입시에 관해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의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90년대 말, 고교평준화를 위해 ‘투쟁’하던 때가 기억난다.” 여담 중에 흘러나온 말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대안들, 예컨대 나지역으로의 평준화 확대, 완전내신제 등을 말하며, 그저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부연하면 ‘이렇게 얘기하는 것으로 과연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겠냐’는 전제가 깔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좀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아쉬웠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웃으며 돌아볼 정도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되기 십상이다. ‘투쟁’이라는 다소 강경한 표현을 쓸 정도로 지금의 익산 고교평준화는 심각하고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잠깐만 눈을 돌려 전북 외 지역을 보기만 해도,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10년 후를 그려만 봐도 지금 익산이 안고 있는 고교입시문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이 있는데…"가 아니라, "변화를 위해 우리가 앞장서자"고 나서는 적극적인 토론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엄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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