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고 소통하면 이루어진다"
4.21일 익산교육시민연대가 첫번째 정책토론방을 열면서 던진 질문, '오늘의 부실한 공교육을 어떻게 바로 세워낼 것인가'를 한바탕 치열하게 공유한 끝에 이끌어낸 나름의 해법이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이 교육토론회의 초입에서 짚어본 우리나라와 익산의 교육 여건은 '절망적인 수준' 그 자체였고, 그래서 우리라도 실낱 같으나마 희망의 길라잡이로 나서야 겠다는 공감이 토론회의 전반을 지배했으며, 3시간여의 논-스톱 논의 말미에서 '함께'라면 빈사상태에 빠진 교육도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처음 토론자로 나선 김영춘(50)교사(이리 남중)는 익산교육을 총체적 부실에 빠뜨린 책임은, 가정을 비롯한 교사단체, 교육기관, 교육운동단체 등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있다고 진단했다.
오늘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교육의 획일성이 거기에서 기인하는데, 무엇보다도 갈수록 점증되는 변화에 둔감한 일선 교사들과, 그 동안의 관성에 사로잡혀 힘이 빠진 교육운동단체의 거듭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자 자신이 교사인데다 20여년이 넘게 교육운동에 헌신해 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뼈 아픈 자성으로 토론방을 달구었다.
학부모 대표 토론자로 나선 박정희씨(38)는 익산의 교육문제는 우리사회 가치관문제와 동일하다는 관점을 세우면서, "학벌위주와 서열화사회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상실케한다"고 짚었다.
여기에 폭력적이며 향락적인 익산문화까지 가세해 '익산 벗어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박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같은 세금을 내면서도 2류시민으로서의 열등감에 사로잡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로 참석한 염혜리(17)토론자는, "익산지역은 중학생들 부터 입시부담 때문에 힘들어한다"면서 학부모들이 실업계 학교를 부정적으로 보는데다 인문계가 적은 익산지역의 현실때문에 학교에서는 저녁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이 이어지고 끝나면 또 학원을 전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염혜리 토론자는 실업계에 가기위해 오히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수도권의 경우와 편차가 큰 이유를 잘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최근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품질이 낮은 학교급식과, 단발령이나 체벌을 둘러싼 학생들의 인권문제도 염혜리 토론자의 주된 관심사였다.
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로서 이날 토론에 나선 한은수 교감(원광중)은 "오늘 공교육의 문제는 이익창출을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유발하는 상업주의적 요구로 만들어진, '노력하면 주류사회에 합류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이로인해 학습을 견인해 갈 상층부 학생들의 타지 유출이 그치지 않고 이에 따른 익산지역의 교육적 낙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춘 교직자 대표는 교육의 총체적부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청소년문화의 저변확대를 제시했고, 박정희대표는 고등학교 특성화를 통해 전문성을 직접 구축하는 등의 인구 이탈 해결책을 내놓았다.
또 염혜리 대표는 학부모들이 급식에 참여하면서 나아진 학교급식 개선실태를 보고했고, 한은수 공동대표는 학교를 지역사회 모두가 공유하면서 소비적이고 불안정한 익산의 트랜드를 바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장기적이며 폭넓은 사고를 주문했다.소통뉴스/공인배 기자
[토론회를 마치며]

"머리가 귀밑으로 조금이라도 내려오면 안 돼요. 학교 급식이 너무 맛없어요.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학원 갔다 집에 오면 열두시, 숙제 하고 나면 새벽 두 시예요. 잘 시간이 없어요. 스트레스 풀 데가 없어요. 학교 운동장이 너무 좁아요…."
여러 곳에서 들리는 생각들이 인용되었을 때 숨이 막혔다. 우리나라 교육, 특히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지 않는 익산의 교육현실은 더욱 그러하다. 김영춘 선생님은 토론회를 시작하며 “익산의 교육현실은 총체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교육정책과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또한 교육의 최일선에서 바라본 시선이기에 비관적이지만 익산의 현실을 가장 잘 함축한 표현이리라.
하지만 세 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를 아쉽게 끝내며 참석자들은 모두 ‘희망’을 발견했다.
“급식비를 냈건 안 냈건, 일단 우리 아이들을 먹여야 할 것 아닙니까!”라며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한은수 교감선생님, “토론회를 통해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며 희망을 발견했다는 한정숙 학부모,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 농구대 하나 더 설치하고 학교도서관을 지역민에게 개방해달라”는 지극히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교육시민연대 박정희 편집실장을 비롯한 익산교육시민연대가 있기에 희망은 더욱 빛을 발한다.
“초록 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에서 먼지 걱정 없이 맘껏 뛰놀며 사육장에서 토끼랑 닭이랑 키웠으면 좋겠어요.” 토론의 끄트머리에서 염혜리 학생이 던진 한 마디가 토론회에 모인 어른들을 모두 숙연하게 만들었다.
일단 익산교육이 당면한 문제들을 끄집어냈다는데 첫 토론회의 의의를 두고, 남은 토론회를 통해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앞으로 남은 토론회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결론은 하나다. 아이들에게 진정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주자는, 그것 뿐이다. 소통뉴스/엄선주 기자
[토 론]
강유희(사회자) : 첫 토론이니만큼 출발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만남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며 토론을 통해 이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고민과 대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4가지 정도 질의문을 각 토론자에게 미리 제시, 준비하도록 했고, 진행순서는 각 토론자가 3분 이내로 발표하겠습니다. 전반적인 교육의 문제를 참석자가 질의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토론자의 종합의견을 듣고 제가 최종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익산의 교육의 전반적인 평가를 해 주십시오.
김영춘 : 우리나라의 교육은 총체적이고 절망적인 상태다. 우리나라 교육의 특수성은 획일화된 학교교육이 오랜 기간 지나면서 쌓인 것으로 익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공동체 파괴, 가족공동체 파괴, 학교안 교사단체의 과거에 사로잡힌 사고, 교육청의 개혁적이지 못한 입장, 8-90년대 교육운동단체의 무기력, 획일적 사고가 모두 맞물려 교육의 총체적 부실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영어마을 같은 경우 토론이나 공간도 부족하고 주체도 없다. 지금 이 시간을 기점으로 실타래가 풀리길 기대한다.
박정희 : 교육문제는 익산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가치관 문제다. 올바른 인간을 형성하는 교육이 아닌, 입시위주, 학벌위주, 서열화 등의 교육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다. 거슬러 올라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가치마저 상품화하는 사회의 병폐가 근본 원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힘든 문제가 사교육비 증가다. 원인은 공교육의 부실화에 있다. 공교육이 부실하니 학부모는 이를 믿지 못하고 사교육을 선호하게 된다. 또한 익산교육여건이 부실하기 때문에 대도시로 이주를 하며, 대도시로 이주 못하는 시민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익산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익산교육을 살린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획기적인 인물이 나와 교육자치를 실현시키길 바란다.
염혜리 : 익산은 인문계고등학교가 너무 적다. 대입을 준비하기도 전에 고교 입시부터가 너무 힘들다.
서울 등 대도시는 실업계고교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는 반면 익산은 실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익산도 실업계고교를 특성화해 경쟁력을 키웠으면 한다.
인문계고교는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강제적으로 하고, 끝나고 학원에 갔다가 숙제까지 하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한은수 :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적 요구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 교육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즉 국민 모두가 “우리 애도 좀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시키면 출세할 수 있다”는 환상병에 걸려있다.
익산은 대도시로의 성적우수자의 이주현상으로 전체적인 학력이 떨어져 있으며, 소비적이고 폭력적인 교통도시로서의 이미지 실추도 열악한 교육환경에 더욱 부채질을 해대고 있다.
앞으로 살고 싶은 도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직업을 따라 사는 곳을 정하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에서 직업을 찾는 의식의 흐름을 반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이며 따라서 장기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문제다.
사회자 : 익산교육의 시급한 당면 과제를 짚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김영춘 : 당연히 입시가 가장 큰 문제이다.(한숨) 이 지독한 입시를 뚫고 나가려면 아이들이 누리는 문화를 확대함으로 가치있는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덧붙여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 즉, 아이들을 소유하고 강제로 규정에 얽매이게 하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
박정희 : 인문계고교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부산의 컴퓨터과학고(실업계)는 실질적인 직업기술교육으로 직업과 연계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익산도 기존 실업고를 특성화시켜 기술, 직업, 전문성이 강조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염혜리 : 인근학교의 학생들로 부터 청소년의 인권을 무시한 두발규제와 모욕적인 체벌로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급식문제도 심각하다. 어떤 날은 콩나물밥과 간장만 나올 때도 있고 생선은 비린내가 심해 먹을 수가 없었다는 말도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부모님이 와서 급식체험을 하는 날은 반찬수도 많고 맛있어 졌다는 것이다.
김영춘 : 요즘은 중 3학생들이 고등학교 선택 시 급식의 질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만큼 급식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위탁급식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식단의 질이 떨어지므로 직영급식을 해야 한다.
한은수 : 두발문제와 급식문제는 어려운 문제다. 각 학교별 급식 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다. 원광중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공개 토론해 두발자유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급식도 미납여부와 관계없이 전원급식의 원칙을 정했다. 아이들에게 돈 안냈다고 먹지도 못하게 하면 그게 교육인가? 돈을 떠나 우선은 먹이고 봐야 하지 않겠나? 돈이 문제인데 결국 어디서든 채워지더라. 현재는 정신적가치가 육체적가치보다 우선시된다. 두발자유나 피어싱 등의 사회적 현상은 결국 육체노동을 중요시하는 실업의 가치를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된다.
익산의 입시선발문제는 성적 우수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받아들여 교육력을 높이는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어학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중인 영어마을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이와 함께 선행위주의 사교육도 문제다. 앞서 말했듯 선행위주의 사교육을 해야만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자 : 익산시민들이 열악한 교육문제로 인해 타지역이나 해외로 떠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 주십시오.
박정희 : 문화적시설이 일부에 편중되어 있다. 큰 규모의 시설보다는 소규모로 시내 구석구석에 지어 골고루 혜택을 누리는 것이 더 필요하다. 가장 가깝게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농구대를 설치해 주면 좋겠다. 가까운 주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센터나 초등학교 개방과 시설 보강이 필요하다.
한은수 : 첫째 고등학교 교육의 특성화가 이루어져야 하나, 학교 자체의 자율성이 없어 힘든 실정이다. 둘째, 보석의 도시에서 고도의 도시·전통의 도시라는 익산의 트랜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원광대에서 외국어캠프나 과학캠프와 같은 중·고교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염혜리 : 대학별로 과의 특성을 살렸으면 좋겠다. 우석대는 특수교육학과로 유명하고 원광대는 한의학과가 경쟁력이 있듯이 대학별로 과를 특성화하면 지역 내 진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춘 : 인문계교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실 시외지역인 나지역까지 합하면 그렇지 않다. 나지역을 특성화해서 진학률을 높여야 한다. 구체적인 특성화보다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으로서의 특성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의 바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영어마을과 같이 교육을 정치적 입지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지자체의 바른 행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회자 : 지역사회와 학교,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보다 바람직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누려야 할 정책, 시설 등을 제안해 주십시오.
박정희 : 익산의 두 군데 시립도서관은 접근성이 미약하다. 가까운 학교도서관을 활용해 1층으로 리모델링하고 지자체에서 사서교사를 채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면 좋겠다. 영어마을보다는 각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도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지만, 어차피 결정된 이상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현실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앙동 문화체험의 거리도 일상적이고 자율적인 청소년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또한 선진화된 성교육 도서관이 없는 지역은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데 접근성이 미약하다.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영어마을 보다는 각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도입하는게 낫다. 또한 선진화된 성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된 성교육센터 건립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학교와 산업체가 연계한 중학생 대상의 '진로탐사체험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한은수 : 교육청은 관리·감독기관이 아니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력풀'을 운영하는 등 각 학교를 지원하는 센터의 개념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자체는 청소년 문화시설이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데 힘써야 하며, 평생학습도시로서 익산시민의 다양한 계층을 적극 고려한 프로그램을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희망과 꿈을 먹고 자라는 청소년들을 위해 이를 만들어 주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한다. 산에서 조난당했을 때 나 자신보다 주위를 따뜻하게 해야 얼어죽지 않는 것처럼 공동체를 먼저 따뜻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염혜리 : 청소년 동아리들이 모이는 장소나 공연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잔디와 꽃들이 피어있는 학교 운동장, 토끼나 닭이 있는 동물사육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다.문화의 거리가 동아리반의 활용공간으로 계기가 마련되어야한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학교를 공원화해서 청소년 축제 홍보와 언론매체의 홍보등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학교시설의 확충과 동물사육장체험학습장이 있어야 접근성이 용이하다.
김영춘 :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익산교육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열린 구조가 필요하다. 어찌 보면 학교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수용시설이다. 오직 공부만을 위해 지어진 기숙사를 생각해보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교사는 교육자의 역할과 함께 수용소의 인력관리 역할까지 하는 불행한 현실이다. 소통뉴스/박창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