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된 준화를 처음 보았을 때 동그랗게 큰 쌍꺼풀 진 눈에 긴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낮잠 잘 시간이라 졸음을 한가득 머금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잠투정이 한창이다.
머리가 조금 크고, 발육이 늦돼 아직 걸음마를 못한다는 것과 유난히 콧물과 가래가 심한 것 외에 준화는 얼핏 보아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낯선 기자를 보고 울다가 한참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쌩긋 쌩긋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2005년 3월, 사촌까지 통틀어 딸 밖에 없었던 집안에 두 누나 밑으로 ‘귀한’ 아들 준화가 태어났다. 하지만 15개월 동안 중이염, 후두염, 요로감염 등으로 일곱 번씩이나 입원, 지난 4월 4일에는 뇌출혈로 수술까지 했다.
이미 대사이상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왔지만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통보받은 준화의 병명은 ‘뮤코다당증’.
뮤코다당증이란 필수적인 대사 분해효소의 결핍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당이 분해되지 않고 세포와 조직에 축적되면서 손상을 일으켜 호흡기, 심혈관계, 관절, 장기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희귀·난치병이다.
‘조악한 얼굴형태, 골격과 관절의 변형, 각막혼탁으로 시력장애, 간과 비장의 비대와 심장과 혈관의 침범, 성장지체, 뇌수종, 청각장애의 원인이 되는 만성중이염, 진행적인 정신지체로 상당수가 10세에서 20세 전후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병명을 통보받고도 어떤 병인지 잘 몰랐던 이육일(35)·문금주(35) 부부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는 그제야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고, 마지막 대목에서 두 부부는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준화엄마가 막 잠들려고 하는 준화의 웃옷을 벗겨 상처를 보여줬다. 겨드랑이 부근에 BCG 후유증으로 동전만한 몽우리가 잡혀 곪고 있었다. 등에는 퍼런 멍들이 산발적으로 퍼져 있고, 배도 불룩하게 나와 있다. 비장과 간이 부어있기 때문이다. 젖병을 빨며 한손으로 자꾸 귀를 만지는 것도 만성중이염 때문이라 했다.
준화는 관절이 굳어가기 때문에 재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오는 29일에는 삼성병원에서 중이염관 삽입 수술과 탈장수술을 앞두고 있다.
병원에서는 수술보다 마취가 더 위험하다고 했다. 뮤코다당증 아이들은 혀가 두껍고 기도도 좁아 마취 자체가 안 될 수도 있고, 수술 중 사망하거나, 설사 무사히 수술을 마치더라도 마취에서 깨어날 수 없다고도 했다. 혈소판 수치도 정상인의 10%로 낮아 우선 혈소판 수치의 회복이 시급한 상태다.
현재 준화네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20평 남짓한 남중동의 연립에서 살고 있다. 남중동에서 장구교습소를 하며, 주민자치센터의 강사로 나가고 있는 준화 아빠의 수입은 80만원에서 100만원. 준화 위로 두 누나들을 위한 사교육비는 엄두도 못 내고, 준화의 병원비 내기도 벅차 카드빚만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상태다. 15개월 동안 준화에게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700만원이 넘었는데 앞으로 들어갈 약값이며 병원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아픔들을 겪으며 준화엄마 문 씨는 한 가지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남편의 소중함이다.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는 의사의 말을 혼자 듣다가 어느 날 단지 남편이 옆에 함께 있기만 했는데도 힘이 나더라는 것.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위로하고 힘이 되어줬던 남편이 요 며칠 술로 괴로움을 달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문 씨는, “최근 일부 뮤코다당증 약이 개발되었고, 앞으로 획기적인 약이나 치료법이 개발되리라 믿는다”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북 희귀·난치질환자 후원회장 이해석 목사는 "준화와 같은 뮤코다당증 환아들은 장기적으로 투병을 준비해야 하므로 사회와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며, "주위의 관심과 후원 없이는 환자의 고통은 커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 연락처 : 011-9325-0691 (전북 희귀· 난치질환자 후원회 이해석 목사)
* 도움계좌 : 우체국 400085-02-445427 (이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