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시을)이 서울특별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근무지를 이탈한 2명을 제외한 총 인원)중 절반에 달하는 47명이 하루 두 개의 가정 근무를 위해 장시간 이동하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두 가정을 근무하는 가사관리사 47명의 근무지간 이동 거리를 ‘네이버 지도 대중교통 길 찾기’서비스를 통해 최단 시간으로 측정해 본 결과, 송파구 거여동과 은평구 수색동을 근무하는 관리사의 이동시간이 95분으로 가장 길었다. 이어 88분(강서구 내발산동-강덕구 고덕동), 81분(양천구 신월동-강남구 삼성로), 78분(서초구 남부순환로-도봉구 창동)순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8명이 1시간 안팎을 근무지 이동시간에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평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출퇴근 시간대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서울특별시는 이들 가사관리사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로부터 제출받은‘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능 시설현황’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위치한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문화센터 등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시설을 모아 놓은 자료에 불과했다.
특히 시범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오로지 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만 책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가정의 아이가 1명에서 많게는 4명이 있지만,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돌봄 아이의 숫자가 아닌 근무시간 (2시간 이용(월 60만원), 4시간 이용(월 119만원), 6시간 이용(179만원), 8시간 이용(월 238만원))에 따라서만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병도 의원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긴 시간 이동에 시달리는데도 서울시는 전쟁기념관이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문화체육센터 같은 곳을 이들의 쉼터라고 안내한다”며, “사업이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 의원은 “가사관리사의 근로 여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문제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사업을 최초 제안하고, 서울시도 이 사업의 운영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9월 3일 최초 142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시작해 9월 30일 기준 24가정이 이용을 중단했고, 51가정이 새로이 추가되어 현재 169가정이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