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면 송천마을 2차선 국도 옆. 커다란 나무를 배경삼아 보기만 해도 시원한 정자가 마을 어귀를 지키고 앉아 있다. 이 나무가 바로 뽕나무다. 마을 곳곳마다 등걸이 드러난 나무밭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이것도 역시 뽕나무밭이다. 누에 먹이로 어린 뽕잎을 주기 위해 잘라낸 것.
오는 7월부터 이 곳 송천마을에서 ‘솔내 누에마을’이라는 브랜드를 단 누에환이 출시된다. 송천마을은 총 51가구, 그 중 16가구가 누에농가다. 1년 총매출은 1억이며, 순수익은 4천만원, 1농가당 많게는 700만원에서 15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누에농사가 주소득원이 아닌 부업의 형태며, 봄가을에 두 차례, 총 40여일만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소득은 아니다. 누에가 크게 힘 들이지 않고도 소득을 창출하는데 힘입어 지난 5월에는 송천마을이 장수마을로 선정된 바 있다. 그 지원사업으로 시에서 누에환제조공장 건립과 열풍기가 설치된 간이잠실 5동을 지원해 줬다. 이에 기존 잠업농가들은 규모를 늘리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부녀자들은 누에농사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천연 혈당강하제로 당뇨에 특효
▲왼쪽부터 박상춘 농민상담소장, 마을주민 이관수, 김선호, 김용덕, 김선일, 김휴순 이장, 이대수 씨.
한전에서 근무하다가 6년 전 고향인 송천마을로 내려온 김휴순(51) 이장은 벼농사와 복분자 농사를 주로 짓는다. 봄가을 잠깐씩 짬을 내서 키운 누에로 300만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투자한 노동력에 비해 꽤 짭짤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명주실을 만들기 위해서 누에고치로 키웠지만 이젠 그걸로 돈이 안 돼요. 요즘은 누에 자체가 상품이지. 고단백에 섬유질 풍부하지, 무공해지, 요즘 사람들 똑똑해서 몸에 좋은 건 단박에 알아낸다니까.”
그래서인지 올봄에 출하한 누에환은 물론이고, 가을 출시를 앞둔 누에환까지 미리 예약판매가 완료됐다. 얼마간은 우체국과 농협과의 계약이 끝났고, 얼마간은 직거래 예약이 끝난 상태.
“누에는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꾸준히 찾아요. 몸이 벌써 아니까. 천연 혈당강하제라고 불릴만큼 당뇨에 좋지, 정력에도 좋아서 누에그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또 섬유질이 풍부해서 변비나 피부에도 좋지, 먹어본 사람 중에는 손발저림이 싹 나았다고도 하더라구요.” 올 가을 분까지 서울로 예약판매가 끝났다는 이대수(54) 씨는 “서울 쪽에서는 이 누에환을 먹어본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웃돈을 주고라도 구입하려고 한다”며 누에의 효능을 이야기한다.
무공해 자연식품 ‘누에’
▲간이잠실, 20평씩 2층 총40평에 16만마리가 사육된다.
누에는 보통 3-4일 동안 뽕잎을 갉아먹은 후 하루 동안 자는데 이를 1령이라 한다. 4령을 거치는 동안 체중을 1만배 이상 불리며, 마지막 5령에서 이틀 지난 누에를 누에환으로 만든다.
김 이장은 “누에는 마을 이쪽에 농약을 뿌리면 저쪽에 있는 누에들이 모두 죽을 만큼 농약에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무공해로 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시에서 건립해준 누에환제조공장 덕에 1kg에 5만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돼 일석이조”라고 부연했다.
웅포면 농민상담소 박상춘(48) 소장은 “웰빙트랜드에 맞춰 앞으로 누에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누에농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단기간에 힘 안들이고 할 수 있는 농사라 점점 고령화되고 공동화되는 농가에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