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과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2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74년생)가 지방으로 향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희망연대(공동대표 류종일·최병천) 주최로 지난 7일 진행된 ‘지방소멸’ 위기 대응 첫 포럼에서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출산·지방소멸 해법에 대해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정책 설계만 잘하면 다시금 지방을 활성화시키고 출산율도 반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귀향 귀촌 모델’ 주제로 익산시 중앙동 ‘게스트지구인’에서 진행됐으며, 이번 행사에는 50여 명의 익산 시민이 참여해 모처럼 익산역 앞 중앙동 원도심이 저녁 시간대에 활기를 띠었다.
이날 강의에서 마강래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쏠림이 가속화되고, 그에 따라 주택 가격급증, 합계출산율의 급락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밀도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여주는 실험인 1960년대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존 칼훈(John Calhoun)의 ‘유니버스25(Universe25)’를 소개하며 “급격한 인구 밀도의 증가, 즉 수도권 쏠림이 청년 세대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며 “다시 말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지 않으면 저출산과 지방소멸을 막을 백약이 무효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남 함양에서 함양군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함께 진행했던 실험을 소개했는데,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에 자녀들을 데리고 전학을 오는 베이비부머 가족에게 월세 25만 원짜리 집을 제공하고, 지역의 업체에서 일주일에 2~3일을 일하면서 월급 12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줬더니 신청자가 몰렸다는 것이다.
그는 확장된 모델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서울·수도권에 집이 있는 베이비부머라면 임대료를 받아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주는 30만 원 정도의 고용지원금도 받을 수 있으며, 서울ㆍ수도권 청년들에게는 임대 주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모든 걸 기획해서 지자체에 내려주기보다는 지자체 스스로 가능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설계해서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익산은 앞으로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면서 “익산은 교통 입지는 물론 다른 도시들보다 좋은 문화적 자본도 갖추고 있는 만큼 공세적으로 도시 계획을 세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희망연대는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주제로 매달 포럼을 이어갈 예정. 지방소멸 위기 극복 타 지자체 우수사례 소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 야간관광·체류형 관광 활성화, 익산 지역자원 활용 로컬 콘텐츠와 창업 모델 발굴 등을 소주제로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