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사상지로 알려진 ‘개벽’이 원광대 연구자들을 비롯한 소장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다시 개벽’을 제호로 복간됐다.
‘개벽’은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천도교 청년들에 의해 창간돼 1926년 72호 발간을 끝으로 폐간됐으며,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계간 ‘다시 개벽(모시는사람들)’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홍박승진 편집장은 “개벽의 문제의식을 다시 이어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적 위기를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인의 목소리로 내는 데 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다시 개벽’은 현재 새로운 세상을 개벽해야 하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잊혀진 전통을 다시 발견하고, 신격화된 서양을 다시 해석하며, 끊어진 세대를 다시 잇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책의 구성은 ‘다시’의 철학을 반영해 잊혀진 한국학을 새로 읽는 ‘다시 읽다’, 원로와 대화를 나누는 ‘다시 듣다’, 새로운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다시 쓰다’, 청년들의 소리를 담아내는 ‘다시 열다’, 개벽고전을 번역해서 소개하는 ‘다시 잇다’와 같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겨울은 ‘서구중심주의 비판’, 봄은 ‘한국사상 발굴’, 여름은 ‘지구인문학 모색’, 가을은 ‘현대철학의 모험’ 등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듯 계절마다 주제를 반복해서 다룰 예정이다.
‘다시 개벽’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제호 글씨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필체가 마치 ‘개벽’ 창간호에 있는 호랑이 그림을 방불케 한다.
이번 제호는 30대인 안마노 디자이너 작품으로 ‘다시 개벽’을 만드는 주역들은 20~30대 청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하나같이 철학과 문학을 하는 소장학자들로서 갈수록 서구화되어 가는 한국인문학계의 현실을 우려하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살려내 자생적 인문학을 ‘술이창작(述而創作)’하기 위해 모였다.
한편, 이들 뒤에는 ‘개벽대학’을 표방하는 원광대 연구자들이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박길수 발행인은 원광대 원불교학과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으며, 조성환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편집인, 박맹수 총장이 편집자문위원을 맡았다.
‘다시 개벽’ 창간에 즈음해 박맹수 총장은 “새 역사는 늘 청년들이 열었다. 기대가 크다”는 축사를 보냈으며, ‘다시 개벽’의 사상적 도전과 문학적 모험이 한국 인문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