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익산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중 사측이 노동조합 측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발각되는 사태가 발생해 노조 측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 불법 도청 파문에 휩싸인 LG화학은 노동조합에 공개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 및 상응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불법 도청은 근로자의 단체 교섭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경영진 공개사과' 요구
25일 LG화학 익산공장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LG화학의 익산공장 임단협 교섭 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들이 이를 발견했다.
대회의실에서 노사 협상을 진행하다 잠시 ‘정회’를 가졌는데 노조 간부들이 노조 휴게실에 놓인 마이크를 이상하게 여겨 잡아당겨 보니 옆 방으로 연결된 줄과 녹음 기능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21일부터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사측의 부정행위를 전파하고 있다.
이날 노조 가공 부문 위원장과 간부들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하며 경영진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 '진상조사·상응책임'약속
노조 불법 도청 사태에 직면한 LG화학은 25일 “LG화학을 응원하고 격려한 수많은 이들과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노조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노동조합에 공개 사과했다.
LG화학측은 “이번 사건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LG화학의 노사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 충격적인 사안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상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LG화학 측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제삼자인 사법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특히 노조가 제기한 어떤 사안이라도 노조와 함께 외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LG화학 측은 “불법 도청 사실이 밝혀지면 그 누구라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겠다”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상호협력과 신뢰를 토대로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 '단체교섭권 무력화 범죄행위' 규탄
LG화학이 공식사과문을 발표한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논평을 내고 ‘사측의 노조불법도청'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20일 LG화학이 임단협 교섭 중 익산공장 노조휴게실에 도청장치를 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이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는 범죄행위다"면서 "익산공장 도청기 발견은 엘지화학 곳곳에서 자행되었을 가능성이 짐작하고도 남는 만큼 철저한 수사로 노조에 대한 불법도청 전모와 책임자 모두를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