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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작은 희망의 디딤돌이 되어드릴게요!!”

사회복지공무원(통합조사)의 하루.

등록일 2015년11월10일 10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밤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일을 하면서 공무원생활 2년차에게 우울증이 생길정도로 힘들어서 울고 싶은 경우도 많았다" 2014년 7월에 발령을 받은 어느 신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작성한 수기의 마지막 단락의 문구이다. 그리고 이어 "비가 내린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했다. 힘들지만 수급권자의 만남과 조사를 통해서 생명을 되살리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디딤돌을 놓아주게 되어 하늘이 원망스럽지 않으며 사회복지사로서 자부심을 갖는 동기가 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수기를 마쳤다.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복지예산 증가와 업무 확대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인 것 같다. 사회복지공무원을 증원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하지만 복지업무는 그에 비해 너무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직공무원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 역시 너무 무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사회복지공무원의 극단적인 선택들이 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헌신하고 불평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해나간다. 그런 사회복지직공무원의 하루 일과를 간략하게나마 되짚어보며,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 전반전

오전 8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간, 사무실로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을 시작한다. 컴퓨터를 켜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접속한다. 사회복지공무원이 하는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읍면동에서 올라 온 상담내역을 꼼꼼히 살펴 읽는다. 서류를 뒤적이며 혹시 빠진 서류는 없는지 다시 확인한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전화벨이 올린다. 최근에 신청한 사회보장서비스 적합여부를 묻는 전화이다.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시일이 조금 더 걸리니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는다. 요즘 부쩍 이런 전화가 늘었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한 분들이다. 더욱 힘을 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굳게 먹는다. 바쁜 업무 중 걸려온 전화 넘어로 그 동안의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한탄이 들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도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라 여기며 말동무가 되어 준다.

현재 통합조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수급(권)자로 책정하는 서비스의 종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기초연금, 한부모가족 등 총8가지이며 서비스에 따라 조사범위와 조사내역이 달라진다. 지침의 내용만 467페이지에 이른다. 업무 외에도 틈틈이 지침을 숙지해야 한다.

오후에 신청세대 방문을 하려면 오전 중으로 서류와 회신 자료를 정리해야한다. 7월부터 시작된 맞춤형 급여로 인해 수급자 신청서류만 한 명당 200여건이 넘었다. 신청서류 1건을 처리하는데 보통 30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업무량이다. 맞춤형 급여신청만 200여건이 넘고 나머지 7종 서비스 신청 건까지 합산하면 처리해야 업무가 산더미다. 그래도 푸념할 시간도 없다. 우리만 바라보는 신청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렇게 업무 처리로 오전이 다 지나간다.

# 후반전

신청이 들어 온 세대의 방문 조사를 위해, 수급신청자와 약속을 잡는다. 오늘 방문할 세대는 좀 먼 지역에 있다. 서류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신청자의 실제 생활상을 알아보는 한편, 현재 실질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신청세대를 방문한다. 그간 많은 세대를 방문해 보았으며, 그 중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에서 정말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도 많아 안타까웠다. 왜 지금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이 싫어서 그 동안 어떻게든 혼자 버텨보려 했다.’고 ...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오늘은 2세대를 방문했다. 한 세대는 알코올리즘으로 근로 할 수 없는 독신 세대로 친누나의 도움을 받으며 10여 년이 넘는 긴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어제도 술을 마셨단다. 그 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묻고 들은 후, ‘이제는 술을 이겨내려고 노력을 해보셔야죠?’ 란 아쉬움 섞은 말을 남기 채 상담을 마쳤다.

남편과 3년 전 사별하고 홀로 두 딸을 키우는 한부모 세대를 찾았다. 신청인은 현재 근로활동을 하여 일정 소득이 있는 세대이다. 맞춤형 급여가 시행되기 전에는 수급자 신청을 할 수 없는 세대였지만 맞춤형 급여로 제도가 변경됨에 따라, 생계비를 제외한 의료, 주거, 교육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활동은 하고 있지만 질환으로 인해 힘이 많이 드는 활동은 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들 각자의 사정들이 있으리라. 그런 사정들이 모여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니...

# 연장전

신청세대 두서너 곳을 방문하고 나면 어느 덧 오후 업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늘 방문한 세대의 수급(권)자 책정을 위해 상담 내역을 정리하여 출장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말이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야근. 그래, 오늘도 야근이다. 그래도 요즘 퇴근 시간은 좀 빨라졌다. 맞춤형급여제도 개편으로 한창 바빴던 지난 4개월(7~10월)은 자정이 다 되어서 퇴근을 했고 휴일도 없었으니, 요즘만 같다면 그나마 행복한 것으로 여긴다.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 책정을 완료해야 신청자가 빨리 필요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출장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는 꼼꼼하게 작성해야한다. 책정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책정을 한 순간부터는 통합관리 부서에서 수급자 관리를 한다.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많은 정보를 통합관리 부서로 인계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정리하다보면 저녁 10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야 퇴근 준비를 한다. 내일 또 다른 신청자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려면 오늘은 여기서 멈추고 휴식시간을 가져야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 된다. 힘들지만 오늘도 처음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용을 받던 그 초심을 지켰던 하루라 여기며 홀로 자신을 대견해 한다.

# epilogue

오늘도 사회복지담당 사무실은 늦은 밤까지 불이 훤히 밝혀있다.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촛불. 사회복지공무원을 촛불에 비교하고 싶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행취재를 한 것들의 그들의 노고를 모두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전북과 전국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소통뉴스 김은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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