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박경철 익산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주류인 의회 간 갈등이 갈수록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약사업 대부분이 의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한 박 시장은 행사에 참석한 의회 의장이나 국회의원 등 내빈들의 축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했고, 사전 양해 없는 일방적인 축사빼기가 이틀 연속 이어지자 참다못한 조규대 의장은 박 시장을 겨냥해 폭언을 하는 등 양측의 감정이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박 시장을 대신해 나선 집행부는 조 의장에게 대시민 사죄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자칫 양측의 갈등이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익산시는 최근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조규대 의장의 '폭언'과 관련 2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의장의 사죄와 함께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는, 지난 27일 익산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자신의 인사말이 생략된 채 개회식이 끝나자 박 시장에게 “저런 것이 시장이냐”, “지금이 전두환 시대냐”라는 등의 폭언을 한 조 의장에게 공식 사과와 함께 책임을 묻겠다는 것.
“공식 행사장에서 수 백 명의 시민과 내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장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내뱉고 시민의 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31만 익산시민 전체를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행위로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이어 시는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과 함께 앞으로 의회를 시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시는 사전 양해도 없이 의장 축사를 갑자기 뺀 배경에 대해서는 “행사가 길어질 것이 우려돼 그랬다”며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시의회는 대의기관의 대표인 의장의 축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것은 기본적인 의전조차 무시하는 몰상식한 독선이라며 오히려 집행부가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시의회는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대응 할 가치가 없는 만큼 무대응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황호열 산업건설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박 시장이 자신의 공약사업 예산이 의회에서 삭감된 것에 불만을 품고 의장의 인사말을 빼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하지만 의회는 이번 사태가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고,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