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돈을 훔친 한 10대 소년의 딱한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소년 가족에게 내민 경찰관들의 연민의 손길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3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13일 고도비만과 고지혈증 등 합병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로부터 ‘병원비 2만원이 있느냐’는 말을 들은 김모(17)군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구하기 집을 나섰다.
6년 전 아버지의 잦은 구타를 피해 김군과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인 여동생만 데리고 집을 나와 지금의 아버지를 만났지만, 지금의 아버지 또한 심근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 가족들을 부양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김군 가족은 정부 보조금과 몸이 아픈 어머니가 가끔 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버는 일당 1~2만원으로 근근이 살고 있었다.
김군은 이런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의무교육과정인 중학교만 겨우 마쳤다.
어머니 병원비 2만원을 구하기 막막했던 김군은 결국 돈을 훔치기로 했다.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빈차털이’를 하기로 결심 한 것.
김군은 이날 오후 1시쯤 익산시 모현동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김모(54)씨의 소나타 승용차에서 현금 2만원을 훔치고, 주위에 있던 차량 3대에서 2만 8000원을 훔쳤다.
김군은 이 중 4만 6000원을 어머니에게 건네고, 나머지 2000원은 PC방비로 썼다.
김군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조사 받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범행을 시인했다.
그러던 중 경찰관들은 김군이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왜 돈을 훔쳤느냐”는 형사의 질문에 어려운 가정형편을 털어놓던 김군은 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경찰은 김군의 안타까운 사정에 연민의 정을 느꼈지만, 범죄 사실을 봐줄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지만 법 규정대로 김군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대신, 익산서 경찰관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김군의 집을 직접 찾아가 쌀과 라면, 화장지 등을 전달하며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또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김군의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김군이 또다시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결연을 맺었다.
백남주 익산경찰서 강력계장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경제능력이 없는 어린 김군은 결국 절도를 택한 것 같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어머니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정을 보고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