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뜸~”
익산시 용동면 당하제 근처 주민들은 이맘때부터 뜸부기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논에 벼를 둘둘 말아서 둥지를 트는 고약한 놈이 바로 뜸부기. 하지만 이 둥지를 흐트러뜨리면 고약한 뜸부기가 온 논을 헤집고 다니며 더 큰 피해를 주는 걸 알기에 내버려두는 지혜도 터득했다. 뜸부기는 흔한 여름새였지만 지금은 천연기념물 446호로 지정된 희귀새가 되었다.
당하제에는 별의별 새들이 모여든다. 특히 겨울이면 습지 가득 각종 오리떼들이 장관을 이룬다. 주민들에 따르면 큰고니 몇 마리도 목격했다고 한다. 겨울새 큰고니 역시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된 희귀새다.

“가시연꽃, 붕어마름, 줄, 갈대 등을 비롯한 수생식물이 생육하고,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쇠물닭, 덤불해오라기, 제비 등이 서식 및 도래하는 곳으로서 인근의 농경지지역과는 차별성을 지닌 생태적 가치를 가지므로 생태친화적 습지조성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용동면 주민자치센터가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 의뢰한 ‘당하제의 생태조사’ 내용의 일부다.
용동면은 지난 4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위해 익산 YMCA와 익산의제21에 협력을 구한 결과,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 당하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 생태조사를 의뢰했다. 4개월간 기본기초조사 결과 당하제의 생태친화적 습지조성으로 생태가치를 높인다면 교육·관광을 비롯한 지역활성화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조류·습지보전지역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망이 대두됐다.

조류 전문가이자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시완 소장은 “주민들 말에 따르면 겨울에 목격한 새가 큰고니일 가능성이 크며, 미꾸라지가 서식하는 것을 보면 국제보호조류로 등록돼 있는 황새가 찾아왔을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몇 개월 간 꾸준히 관찰·조사해야 하지만 특히 외래종이 유입되지 않았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조류 및 서식지 관련 이학박사로 순천만 갯벌의 람사습지 등록 시 실무책임자였으며, 안산 생태공원 조성 등 다수의 생태환경조성에 있어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당하제는 특히 주변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습지 조성도 가능하다”는 이 소장은, “작은 산을 중심으로 둘러싼 논을 습지화하면 산은 새들에게 쉼터가 되며, 농경지는 먹이터가 되기 때문에 최적의 생태환경조성이 예상된다”며, “도서관을 비롯한 생태교육장 조성, 반딧불이 서식지 조성으로 교육이미지의 부가, 풍뎅이·색채물고기와 보석과의 이미지 연계, 뜸부기의 향수 연계 등 당하제로 개발할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용동면 주민자치위원회 남궁섭(73) 위원장은 “지난 6월 면장을 비롯한 주민자치위원, 익산의제21과 함께 국제적인 습지로 알려진 경남 창녕 우포늪에 다녀왔는데 당하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용동면 김길곤 총무담당자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생태자원이 될 수 있는 당하제의 소중함을 주민들이 잘 알고 있으며, 인위적인 구조물과 외래종 유입을 적극적으로 막은 주민들의 염원이 당하제의 생태습지조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YMCA 유희영 사무총장은 “지역 주민 중 몇몇은 예산에 대한 우려를 하는데, 현재 농림부와 환경부, 행자부 등에서 자연·생태·농촌 부분에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주민들의 의지와 생태가치만 잘 창조해낸다면 이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한편 용동면은 게이트볼장, 농악교실 등 주민편의시설 위주의 ‘북부휴양관광단지조성사업’이 확정된 상태이나, 주민들은 이를 조정·확대해 생태습지로 조성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빠르면 올 12월 안에 1차기본안이 나올 예정이다.

소통뉴스 엄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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