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 소속 현역 시의원이 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자, 지역 시민단체에서 비난 성명을 내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어처구니없는 부끄러운 일, 상식이하의 행동”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장본인은 “학생대표로 활동하는 것도 현장 의정의 일환”이라고 강변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파문의 장본인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고 '동산ㆍ영등 1동'에 출마∙당선된 박종열 시의원(33).
6대 익산시의회 입성 2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현재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3,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의원 신분인 그가 오는 16일 치러지는 원광대학교 제 43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처신의 적절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경영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그의 출마가 법적으론 문제될 것 없지만,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시민의 대표가 의정활동의 소임을 다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학생 선거’에 나서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문제 제기다.
그는 "의원 신분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학생회장에 당선되면 위기상황에 처한 원광대의 부실문제와 학생들의 취업 및 일자리창출 등을 해결하는데 훨씬 용이할 것"이라며 학생회장 출마의 당위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측은 "학생회장에 당선되면 의회 의사일정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그의 출마를 강력 성토하고 있다.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집행위원장 이진홍)는 10일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가?’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박 의원을 맹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익산시 시의원은 시민혈세로 3,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의원활동비가 유급직으로 전환한 것은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며 “보다 성실한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의 혈세를 지급하는 것인데, 현직 시의원이 시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으면서 의원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총학생회장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그가 학생회장에 당선되면 학생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또하나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현직 시의원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은 참으로 많은 오해와 시비 그리고 정치적 이용의 문제를 일으키는 상식이하의 행동”이라며 “이는 익산시민을 위해서도, 원광대 학생들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행동인 만큼, 지금이라도 출마를 포기하고 시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순리이며 상식이다”고 충고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학생회장 활동도 의정 활동의 연장선상이 될 것이고, 수많은 학생들의 추천이 있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시민단체의 사퇴촉구를 일축한 뒤, 선거를 끝까지 치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의원은 “현재 원광대는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혀 학교 이미지가 크게 훼손을 입은 것은 물론 학생들도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익산시와 원광대간의 가교역할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과 일자리창출 문제를 해결하고, 부실에 따른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출마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 을지역위원회와 교감을 나눴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당과 상관없이 혼자 결정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박 의원의 이례적인 행보에 동료 의원들도 당혹감과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몇몇 의원들이 의회 위상 문제를 들어 만류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한편 박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원광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는 오는 16일 치러지며, 2명이 입후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