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민주당 김연근후보. 중간)민주노동당 김정열후보. 우)무소속 임형택후보.
"허리 아프게 인사들은 하는데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어야지. 일도 바쁜데 또 투표하라고......"
10일 동산동 이마트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투표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어딘지 모를 목적지로 잰걸음을 놓았다.
10.26 전북도의원 익산 4선거구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익산시민의 민심은 상당히 썰렁하기만 하다.
선거가 보름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도 열기는커녕 심각한 정도의 무관심과 불신의 기운을 가는 곳곳마다 차가운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나본 20~30명 남짓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지도에 대해 ‘마치 1급기밀이라도 다루는 듯’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세요?” “누굴 찍을지 결정 하셨나요?” 연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걸 어떻게 말 혀” “투표 날 자고 일어나봐야 알 것 같은 디”가 대부분이었다.
툭하면 벌어지는 이전투구로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느낀 지 오래고, 지난 해 6.2 지방선거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극심한 반감도 만만치 않게 깔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래서인지 상당 수 유권자들은 “찍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기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40대 가까이 보이는 한 택시기사는 “아무리 찾아봐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팔순의 노파는 “그 사람이 그 사람 인디 투표를 해서 뭐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기자가 만난 익산시민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큰 틀에서는 두 가지 민심이 공존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즉 “그래도 호남에선 민주당이다”와 “이젠 바꿀 때가 됐다”로 압축된다.
이는 결국 이번 선거를 자초하긴 했지만 민주당(김연근 후보)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과, 아니면 민노당 (김정열 후보)이나 무소속(임형택 후보) 등 새롭고 참신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느냐로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김연근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40대 유권자는 “구관이 명관이다. 지난 도의원시절 해왔던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기회를 한 번 더 줘도 잘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젠 익산 정치도 민주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70대 노인은 “그동안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는데 달라진 게 없더라”면서 “이번에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익산시민들은 도의원 재선거는커녕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가운데 누가 지역 발전에 적임자인지를 가늠해 보고 있는 눈치였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이미 냉랭해진 익산시민의 민심을 어느 정당, 어떤 후보가 봄눈 녹이듯 감싸 안아 선택을 받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