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현역 도의원의 시민 기만행위와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정당의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성토하는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거세지고 있다.
현역 도의원이 지역시민사회의 강력한 문제제기에도 조합장 출마를 강행하고, 공천했던 민주당도 책임을 전가하며 이를 사실상 방조하자, 이를 엄중 경고했던 지역시민사회가 시민적 저항을 행동으로 옮기며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1차 규탄대회를 가진 지역시민사회는 18일 2차 규탄대회와 정당 항의방문을 가진데 이어 내일부터는 대시민 가두홍보를 예고하는 등 지역 정치권의 그릇된 정치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시민사회는 특히, 민주당에게 후보공천과 당원관리에 책임을 물어 향후 발생하게 될 도의원 재보궐선거 비용과 후보공천 포기를 공식 문건으로 약속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경우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커져 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란 이른바 '민주 심판론'으로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선거비용 부담과 공천 포기 등이 정당의 현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지역위원장인 조배숙의원이 이를 어떻게 소화해 입장을 정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관측대로 답변 거부나 수용 불가로 결론이 날 경우 이로 인한 후폭풍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는 이미 선전포고한 시민사회와의 마찰이 불가피하고, 이 같은 성난 민심의 여파는 얼마남지 않은 당내 공천과 총선 정국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익산지역 10개 단체로 구성된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18일, 도의원 임기 중에 익산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김병옥 도의원과 이를 방조한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보선비용 배상, 후보공천 포기' 촉구
희망연대 등 익산지역 10개 단체로 구성된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익산시민협ㆍ공동대표 오면택)는 18일 오전 11시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원 임기 중에 익산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김병옥 도의원과 이를 방조한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했다.
오 대표는 먼저, “익산시민협이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김 도의원의 조합장 출마 포기와 후보공천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의 조속한 입장을 대책을 촉구하고, 특히 5억 원이 넘는 도의원 재보궐선거 비용 등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 지를 물었지만, 김 의원은 자신만의 이익을 쫒아 조합장 후보등록을 강행하고, 민주당 역시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었다”며 “이는 익산시민의 뜻과 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오 대표는 특히,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을 김 도의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어떤 입장과 대책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당을 맹렬하게 규탄했다.
그는 “1년 된 도의원이 개인 영달을 위해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자리를 자기 마음대로 내팽개치는 것을 그냥 지켜본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며 “유권자와의 정치적 신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해야 할 공당이 이런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며 어떤 입장과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민주당은 소속당원의 비리, 폭력사태, 선거법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사과나 재발방지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과거 발생했던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를 조목조목 질타했다.
또한, 농민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 대표는 정치인이 중립성이 요구되는 농협 수장으로서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농협조합장의 자리는 조합원의 관리와 농업발전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로 정치적으로 중립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정치인인 김 도의원이 선거에 출마하면서 이번 선거는 농협의 역할이 정치적으로 평가되거나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뒤 “아무리 권한이 엄청난 자리이지만 유권자의 선택으로 당선된 도의원이 임기 3년을 남겨두고 출마한다는 것에 익산시민과 유권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대표는 결론에서, 김 의원에게는 “후보사퇴와 대시민 사과”를 촉구하고, 민주당에게는 “김 도의원의 제명과 함께 도의원 보궐선거비용 5억 배상과 후보공천 포기로 반성의 뜻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민주당 을지역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조배숙의원이 부재중이자 서민구 사무국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과 대책을 묻는 공문과 함께 시민단체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시민협-서국장 ‘서면 답변’ 날선 신경전
이날 11시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민주당 을지역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익산시민협은 위원장인 조배숙의원이 부재중이자 서민구 사무국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과 대책을 묻는 공문을 전달했다.
익산시민협은 이 공문에서도 역시 ‘책임정당 국회의원으로서 공식사과와 함께 김 의원의 제명, 보궐선거 발생시 선거비용 보전과 후보 출마 포기’ 등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입장을 오는 19일까지 서면으로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서 익산시민협과 서 국장은 서로 대책을 묻고 답변하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익산시민협 회원들이 공당으로서 책임성을 강조하며 선거비용 배상과 후보공천 포기 등 민주당의 입장과 대책을 공문으로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서 국장이 “김 의원과 당 차원에서 인연은 끊겠지만, 시민협이 요구한 내용에 대해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어 공문으로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거부 입장을 여러 차례 고수하자, 이에 발끈한 시민협 회원들이 “이는 책임질 의사가 전혀 없는 행태”라며 언성을 높여 항의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희망연대 김정필 대표는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책임성이 분명하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큰 만큼 제명이든 탈당이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스스로 탈당토록 진행중이고, 인연을 끊겠다'식의 대응은 립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단순 김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큼 조 의원에게 심각성을 그대로 전달하고, 공당으로서 책임성을 깊이 고민해 달라, 당의 입장이 어떻든 반드시 서면으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이번 사태를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김 의원의 출마가 위법한 것이 아니어서 출마 포기 강제와 이를 공문으로 보내는 것은 곤란하다. 법 테두리 안에서 검토하고, 일단 최고위원께도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밝힌 뒤, 그러나 "시민사회가 이번 당 차원에서 한계가 있는 사안을 문제삼아 정치적 저항 운동에 나서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익산시민협은 당장 내일부터 익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영등동 전자랜드 사거리와 미즈베베 사거리에서 김 도의원과 민주당의 시민기만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피켓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보낸 공문 회신 시한인 오는 19일까지 답변을 기다린 뒤, 답변 내용에 따라 항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이 지역 대표적 시민단체들이 조합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잇따른 규탄 성명에 이은 대시민 피켓 가두시위 등 사실상 ‘낙선운동(?)’ 카드로 압박 공세를 펼칠 예정에 있어, 이런 민심이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전임 조합장의 낙마로 오는 26일 실시되는 익산농협조합장 보궐선거는 이완구 후보와 김병옥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