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인 익산과 전북 등 호남권 현역 국회의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 민주당 내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되던 ‘호남 물갈이론’ 및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론’ 등 개혁 공천론과 인적 쇄신론이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을 계기로 당 안팎의 화두로 대두되며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개혁특위가 최근 지역구 공천 방식과 관련해 신진인사 발탁을 염두에 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호남 등 당세가 강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호남 물갈이'바람에 불을 댕긴 형국이다.
민주당 쇄신 드라이브 ‘고조’
13일 중앙 및 지역 정가에 따르면, 3선인 민주당 김효석(담양·곡성·구례) 의원이 지난 10일 내년 19대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탈(脫)호남'을 전면에 내세운 호남권 물갈이론과 중진들의 수도권 전진배치론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구 사정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김 의원의 호남 불출마는 기득권 포기 및 수권정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과 결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이미 정세균 최고위원이 무·진·장·임지역의 불출마를 선언, 서울 종로 출마설이 나오고 있으며, 장영달 전 의원은 경남 함안합천의령 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도 직접적으로 호남 물갈이를 언급하진 않지만 김 의원의 수도권 출마선언을 빗대 개혁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는 3선 이상 의원 용퇴, 지역발전 기여도 낮은 의원 공천 배제, 도덕성 결여 의원 공천 배제, 중량감 있는 의원 수도권 진출 등 다양한 방식의 개혁공천론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호남권 물갈이 바람에 불을 댕긴 양상을 띠고 있다.
도내 3개 지역 '시민공천배심원제'
이 같은 ‘선당후사’의 결단은 호남 현역들의 행보를 압박하고 있다.
‘수도권 출마론’의 대상으로는 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1순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호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현재 수도권 출마나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북의원들은 3선의 강봉균(군산)·이강래(남원)·조배숙(익산을)·정동영(전주 덕진)·70대 고령의 신건의원(전주 완산갑) 등이며, 전남의 경우 박상천(5선, 고흥·보성), 김영진(5선, 광주 서구을) 의원과 3선의 이낙연(함평·영광·장성) 전남도당위원장·유선호(영암·장흥·강진)·김성곤(여수갑) 의원, 70대의 박지원(목포) 등이다.
이와 관련해 도내 정가에서는 수도권 출마로 인한 전북지역 현역 교체 폭은 절반 가까이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도내 10개 지역구 중 무·진·장·임을 제외하고도 3~4곳이 수도권 출마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전주, 익산, 군산 중에서 2곳, 도농복합선거구에서 1곳, 단일 선거구에서 1곳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중에는 야권연대로 인해 민주당이 후보를 포기해야 하는 선거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 개혁특위는 지난 10일 전략공천 지역을 제외한 전국 30% 지역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을 골자로 한 공천방식안을 확정하는 등 현역의원 기득권 제한을 통한 19대 총선 개혁공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전북에 적용할 경우, 도내 11개 의석 가운데 야 4당 연합공천 및 단수 후보(전략공천) 지역 외 3개 안팎 지역에서 배심원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착출설 등에 반발 기류 강해
이 같은 다양한 개혁 공천방안으로 인해 전북지역 현역 의원의 교체 비율이 절반 가까이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자, 지역 정치권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를 가늠하느라 골몰한 모습이다.
특히, 언론지상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3선 이상의 중진들의 지역구에선 해당의원이 물갈이 대상이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정치권은 이 같은 '탈호남'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역차별은 안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A의원 지역위의 한 인사는 "호남은 호남대로 발전을 이루어야 하는데,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진들이 다 떠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호남이 당의 기반인데 호남에서 다선 하는 것을 무슨 잘못된 것처럼 얘기하고 전국정당화의 장애물처럼 여기며 역차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또 다른 인사는 “일률적으로 호남이므로 중진의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공정하지도 않고, 지역 발전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공천은 의원 개개인의 경쟁력 등 다각적인 시각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같이 민주당이 내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혁 공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2008년 18대 총선에서 호남 31개 선거구 중 익산갑 한병도의원 등 현역의원이 교체된 지역은 13곳으로, 물갈이 비율이 41.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