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石芝) 채용신(1850~1941) 탄생 160주년과 서거 7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려 지역문화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6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는 전북도민일보가 주최하고, 익산교원향토문화연구회와 (재)익산문화재단이 주관하며, 원광대학교와 전북도립미술관 및 익산예총이 후원한 가운데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 이택회 익산교원향토문화연구회장, 김대곤 원광대 부총장, 유기상 익산시 부시장을 비롯한 시민 100여명이 참석,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속에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석지 채용신과 관련한 첫 번째 구체화된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석지 채용신은 전북이 낳은 조선시대 최고의 어진화가로, 한국 근대 미술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사진처럼 정밀하고 섬세한 ‘석지필법’을 창안했고, 고종 어진을 비롯한 200여 점의 초상화를 남겼으나, 그의 예술혼은 최근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조은정(한남대) 교수는 채용신과 동시대 제작된 초상화의 현상을 비교하며 “채용신이라는 한 작가의 초상화를 통해 그 시대의 인물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가의 이데아로서 구국의 이념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며, 채용신의 초상화가 갖는 미술사적 위치를 보여주었다.
이용엽(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은 “조선 말 열성조의 어진을 그린 화가로 과거의 현인과 성인에서부터 일반 사대부, 의병장, 의부, 열녀, 촌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초상을 그렸던 인물이나,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이 안타깝다.” 덧붙였다.
변종필(경희대) 교수는 채용신 초상화의 복식과 자세에 따른 유형별 특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고종황제를 그리며 보여준 충의정신, 최익현, 황현, 김영상 등 많은 우국지사의 초상을 통해 표출한 항일의식 등 작품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규(예원대) 교수는 채용신의 초상화작품에서 나타나는 기법과 특징을 설명하며,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법으로 한국 전통초상화와 대중초상화를 동시에 그리며, 한국회화사상 초상화를 가장 많이 제작하였다.” 며, “채용신이 과소평가된 이유를 명쾌히 밝힐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는 이원복(국립광주박물관)관장, 유미나(원광대학교) 교수, 권혜은(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하대성(전북도민일보) 기자가 참여하여 열띤 토론의 장을 벌였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 채용신의 4대손인 채준석, 채영석, 채은석, 김명숙 등 4명의 후손들도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후손들은 “익산시 왕궁면에 증조할아버지를 포함한 선조들이 묻힌 선산이 남아있고, 금마에서는 생가터가 발견됐으며, 정읍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공방이었던 석강도화서도 확인됐으니 오늘 같은 관심이 조금만 더 이어진다면 좋은 결실이 맺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채용신이라는 문화원형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기념사업회가 발족되면 채용신 초상화대전 개최, 국립초상화 미술관 유치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문화콘텐츠 발굴 및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