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양형 참고자료를 악용하는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익산갑)은 9일 양형 참고자료 등을 허위로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일부만 제출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현행법에서는 유리한 양형을 받기위해 거짓자료를 제출해 법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에도 처벌의 직접적인 근거가 없었다. 법원 기망행위를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던, 법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실제로 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들이 양형 참고자료를 악용하는 행위는 줄곧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위기에 처하면 재산 기부나 피해액 변제를 약속하는 자료를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다가 막상 위기가 지나면 약속한 변제 금액을 본래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8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식을 헐값에 증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1심 판결을 앞두고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양형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유무죄 판결에 상관없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공소장에 피해액으로 기재된 2천509억 원을 회사에 지급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227억 원만 피해 금액으로 인정되자 두 회사는 유죄로 확정되지 않는 돈은 받을 이유가 없다며 나머지 2천281억 원을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281억 원을 부당 반환했다며 ?? 회사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에서는 "약정서에 따른 정상적 거래였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양형 참고자료 제출을 악용하는 등의 법원 기망 행위가 억제되는 것은 물론, 사회지도층의 변제 약속 등이 보다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의원은 “미국의 경우, 법원 기망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다스리지만, 우리나라는 양형 참고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는 등의 사법방해 행위를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재판부를 속이는 행위를 막고, 법원을 기망했을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