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혁신을 주창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무원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철밥통’에 비유되곤 한다. 시민들은 공무원 사회에 ‘철밥통 깨기’를 강조해 왔으나 찌그러지기는 하지만 깨지지 않는 철로 만든 밥통처럼 '철밥통의 생명력'은 변함이 없다. 변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법률과 규정만을 내세우며 현실에 안주하고 외부의 변화와 혁신 압력에도 꿋꿋하다.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다보니 직장에서 쫓겨날 일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사기업은 상시 명예퇴직제를 통해 경영 안정화를 꾀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며 최근에는 40대 초반은 물론 30대 후반에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언론 등에서 조사한 결과들을 보면 대학졸업자 중의 50%가깝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 이라고 한다. 얼마나 평생 직장을 보장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이 많은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조사 결과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직에 들어와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에 동참하고 공직사회의 변화의 바람을 앞당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공무원 생활 3년이면 똑같아진다'는 자조섞인 익산지역 공직사회 내부의 푸념이 남의 일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 안정되면 게을러지고 그러다 보면 자기계발에 소홀해 무능해지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 사람은 솎아 내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정치적 압력에 흔들림 없이 소신 행정을 펴도록 만든 공무원 신분보장제도가 베짱이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익산 공직사회에도 최근 이한수 시장이 무능‧부패공무원에 대한 인사 혁신을 통해 청렴도를 높이겠다고 하면서 이른바 ‘철밥통깨기’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을 대변하는 공무원노조가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인사 혁신의 핵심인 드래프트제 등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무능공무원 퇴출이라는 명분아래 단체장의 인사전횡과 공무원 줄 세우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고, 더욱이 퇴출대상을 하위직에 집중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변화의 몸짓에 우려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서의 부적격자 퇴출은 단체장의 인사권만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흘러갈 개연성도 있다. 성과관리시스템도 행정기관은 일반 기업체와 달리 성과와 업무에 대한 평가를 계량화하기가 쉽지 않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도 적잖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능 부패공무원의 퇴출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공직사회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구더기는 나중이라도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무능한 사람을 퇴출시키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자기계발에 충실한 공무원이라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환영해야 마땅하다. 공무원들이 이번 인사 개혁 움직임을 일시적 태풍으로 여겨 납작 업드려 복지부동하면서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면 매우 큰 착각이 될 것이다. 무한경쟁시스템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무능공무원 퇴출 혁신이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시민에 대한 봉사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 공직사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