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의 기세가 무섭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강원도와 경기도를 휩쓸더니 최후의 차단선으로 여겨진 충청권까지 진입했다.
익산시는 인접지역인 충청권까지 구제역이 진입함에 따라 공무원들을 투입, 신속하게 방제에 돌입하는 등 구제역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익산 망성면의 한 종계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됐다. 구제역을 막기도 힘겨운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확인됐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두 질병 모두 확산속도가 강하고 일단 전염이 되면 살처분해야 하는 탓에 그로 인한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익산지역은 2년 주기로 AI가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어서 이번 AI로 인한 긴장과 걱정이 예사롭지않다. 현재는 불행중 다행이게도 망성면에서 더 이상 확산 되지않고 있다.
AI인플루엔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방제를 철저히 해야지 인근의 닭·오리 등 농장으로 전염되면 또 한번의 재앙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익산시는 2006년과 2008년에도 이런 끔찍한 재앙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닭오리 수백만마리의 매몰처분으로 수천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소비 기피로 닭‧오리 사육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었다.
정부가 구랍 29일 가축질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것도 현재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제역이 아직은 이 지역까지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단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익산시는 이미 경계선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론주도층 처신 ‘신중해야’
익산시는 지역에 긴급 재난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연말 행사인 제야의 밤 행사와 축제인 해넘이‧해맞이 축제도 모두 취소했다. 사람이나 가축의 이동을 줄여 전염병 확산을 미연에 막겠다는 고육지책이다. 망연자실한 농심을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익산상공회의소는 이런 비상상황 속에서도 5일 2011년 신년인사회를 강행, 적절성 논란을 야기했다.
AI 및 구제역 확산 방지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에 지역의 여론 주도층인 기관 및 단체장들이 신년 인사를 나누는 일이 그리도 급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시민 모두가 이 같은 비상사태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지난 연말 제야의 밤 및 해넘이‧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했던 것과 견주어 볼 때도 이해 할 수 없다는 게 시민 대대수의 반응이다.
특히 축산 농가들이 가축 전염병발생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그들만은 AI와 구제역 발생이 딴 세상일인 것처럼 웃고 박수치는 것에, 농민들은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만 헤아렸다면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터다. 그런 면에서, 이를 주도한 상공회의소와 말리지 못하고 들러리 선 지역 오피니언들의 처신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날 인사회 참석한 오피니언들 입장에선 신년에 지역사회 구성원들끼리 모여 인사 한 번 한 것 가지고 이렇게 질타할 것 까지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는 그렇게 생각할수 있겠지만 그 행사가 상징하는 의미를 신중하게 판단해 본다면 이를 곱지않게 보는 농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을 터다.
지역 오피니언들은 여론주도층으로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보이지 않는 책임도 뒤따른다. 따라서 차후로는 여론주도층 답게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 지를 먼저 생각하고 처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바라건대, 가축 전염병을 차단하고, 실의에 빠진 피해농가들을 위로하는데 지역 오피니언들이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인 동참했으면 한다. 축산업의 기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질병을 민-관의 유기적 협력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