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사자성어 藏頭露尾(장두노미)’. 휘호 素石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2010년 경인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이 같은 세태를 함축하듯 얼마 전 교수신문이 ‘藏頭露尾(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놓았다. 그 뜻을 그대로 풀자면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가리킨다.
이 성어는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가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나타낸 말로 그런 양태를 비유할 때 주로 사용된다.
2010년 공직비리와 토착 비리로 공무원과 금융기관 수장들이 검찰과 법원을 끊임없이 드나들던 익산 사회를 이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있을까 싶다.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잘 알다시피 ‘장두노미’는 중국 원대의 문인 장가구(張可久)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點絳唇·歸去來辭), 그리고 같은 시기의 왕엽(王曄)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작품에 나오는 성어인데, 진실을 밝히지 않고 꽁꽁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을 작금의 우리사회의 현실에 빗대 좀 더 풀어보자면, 속으로 감추는 바가 많아서 행여 들통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정치와 행정, 사회적으로 참 어려운 한해를 보냈으면서도 정치권과 행정은 시민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했다. 문제가 더 커지기전에 얼른 귀를 열고 여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는데도, 그렇게 하질 못했다. 그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니 말이다. 그만큼 시민과의 소통이 안됐다는 방증이다.
만약 올해의 ‘장두노미’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정치, 행정적으로나 시민사회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예상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 같은 부정적인 세태를 꼬집는 사자성어가 공감이 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경인년을 보내고 신묘년 새해를 맞이해야 할 시간 앞에 서 있다. 올 한해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앙금을 훌훌 털어버리고 몇 시간 남지 않은 경인년을 뜻있게 갈무리하자.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수도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혹여 자신이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대못으로 박히지나 않았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만약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와 용서를 구하자. 그것이 사람 사는 진정한 모습이며, 우리 사회를 추동하는 동력이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뛰어온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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