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종합감사 결과 드러난 익산시의 위법-부당행정은 익산시가 과연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
구멍가게에서도 익산시와 같은 제멋대로 식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 감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익산시 공무원들은 공직기강의 나사가 풀려도 한참 풀렸다.
공무를 집행하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판단 착오로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도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공무원들이 위법·부당함을 알면서도 자행된 것이 부지기수다.
예컨대 유스호스텔건립사업의 경우, 특혜행정의 극치를 보여줬다. 건립참여자 모집공고 예고기간 기준이 20일 이상인데도 하루 만에 참여자를 모집해 자격요건 미달업체를 위탁자로 선정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예정공사비를 60억원 이하로 제안하고서도 공모절차 완료 후 건축설계 납품가를 9억이나 증액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특혜행정을 서슴지 않았다.
생태공원사업도 특혜는 마찬가지. 당시 익산시의 수의계약 허용 한도가 1천만원이고, 이 사업의 공사비는 20억원이 넘기 때문에 반드시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그런데도, 익산시는 이를 무시한 채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줬다. 업체와의 유착이 의심가는 대목이다.
익산시의 부실이나 위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산확보 방안과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 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보조금 지급이나 정산검사를 부적정한 사례도 수두룩하게 적발되는 등 시정 전반에 걸쳐 부실 투성이다.
도 감사 결과, 익산시는 모두 99건의 ‘위법‧부당‧특혜’사례가 적발돼, 41억여원의 재정상 조치를 받고, 해당 공직자 71명은 신분상 처벌을 받게 됐다.
이를 보면 익산시 행정이 얼마나 심각한 병에 걸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익산시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직업윤리 상실 정도가 이 지경이라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도 감사 결과가 이 정도니 드러나지 않은 부조리는 과연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만 적발됐을 뿐 보다 큰 몸체는 적법의 허울 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런 감사 결과와 시민·사회의 시선에 대해 억울해 하는 공무원도 있을 것이다. 또한 위민행정에 앞장서고 자기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도 많이 있음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겨 준 작금의 현실을 보고 그 누가 '그렇지 않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책임질 수 있겠는가?
때문에 이를 자초한 행정은 변명하기 앞서 이 같은 시민·사회의 냉엄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반드시 자기 혁신으로 승화 시켜 내야한다.
이런 차원에서 익산시가 2011년부터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고강도 반부패 청렴대책 추진은 추락한 공직사회의 위상을 다시 재위치로 끌어올릴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안긴다.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단 한 번의 부정행위라도 저지르면 퇴출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니 나름의 파괴력이 있을 터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진정한 행정혁신은 인위적인 것 보다 내부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퇴출이 무서워서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혁신에 매진해주길 촉구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만의 내부 혁신이 뒤따를 때 고개를 돌린 시민들이 다시 행정을 신뢰하게 되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