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됐다. 우려했던 대로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유치해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수정안의 골자다.
이 곳에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세종시에 투자·입주할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대학·연구기관의 유치가 확정됐고, 토지 이용 계획,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주민 지원대책 등도 공개됐다.
정 총리는 세종시가 ‘블랙홀’이 아니라 ‘신산업중심축’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수정안은 누가 보아도 파격적인 가격의 부지 제공과 각종 세금 감면혜택 등 온갖 특혜로 가득하다.
이 같은 ‘세종시 특혜’로 지방은 삽시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게 전국 각 지역의 중론이다.
정부가 완공연도로 밝힌 2020년까지 앞으로 10년간은 세종시가 지방 경제를 비롯한 교육의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역의 미래에 찬물 끼얹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면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현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충청지역을 달래는 조건으로 지역 발전의 성장축인 지방 산업단지까지 제물로 삼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익산의 경우에도, 무엇보다 식품클러스터와 산업단지와 같은 지방의 미래 성장기반이 추진 동력이 힘을 상실하게 됐다.
당장에 한창 조성중인 산단 분양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옮기려던 민간 기업들이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는데다, 앞으로 유치해야 할 기업들도 세종시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정부의 역량이 세종시에 집중된 마당에 상대적 여건이 열악한 지방에 둥지를 틀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익산시의 최대 현안인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식품클러스터에 유치해야 할 식품바이오연구소가 세종시로 물건너 갔는가하면, CJ그룹도 세종시 내에 또다른 식품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하는 등 국가 전략산업인 식품클러스터 조성마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지방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각 지방마다 이로 인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미 야권은 수정안 저지를 위한 전면 투쟁에 돌입했고 여당내에서 조차 친이와 친박계로 나뉘어 대립이 심상치 않는 등 국론 분열과 대혼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국민 홍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내 친이계 등까지 총동원해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이나 특별담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본질은 외면 한 채 국민 설득에 나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지방은 다 죽게 생겼는데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해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따라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까지 빼앗길 수밖에 없는 지방의 상황과 현실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역차별을 어떻게 보전해 상생시킬 것인지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국가적 대혼란과 국가적 국력소진을 최소화 할수 있다.
결론적으로 충청 지역 민심만을 어우르기 위해 지방의 희생을 전제 한 이번 세종시 문제의 해법은 국토의 균형발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