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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이야기

등록일 2007년01월05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의 이야기다. 홍어가 씨가 마르면서 여항에서는 '대중이가 당선되더니 홍어값이 금값이어서 홍어 구경하기도 힘들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김영삼이 당선되니 멸칫값이 금값이네'

그럴 때가 있었다. 김대중 정권 때 홍어가 사라지고 그동안 홍어잡이를 해서 생계를 있던 어민들이 삶이 막막해지자 하나 둘 홍어잡이를 포기하고 급기야 한 척의 홍어잡이 배도 남지 않을 위기를 맞이한다.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은 당 주요행사에 홍어를 꼭 준비했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신안 출신인 대통령 또한 청와대 행사에 홍어를 빼놓지 않았다는 데 홍어잡이 배가 사라진다면 아니될 노릇. 급기야 모처로부터 협박이 있었는지 압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마지막 남은 홍어잡이배 모시기 작전에 들어갔단다.

진상을 해야 할 신안군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입감(미끼)을 줘야 할 노릇. 홍어잡이 배 선주는 나랏님 잔칫상보다는 호구가 우선이니 "나도 홍에잡이 그만 둘라이" 달리 방법이 있나. 먹고 살게 해 줄테니 한 마리가 됐던 두 마리가 됐던 잡아주라는 신안군의 뇌물성 지원에 배 한척이 살아남았다.

흑산도 홍어는 말 그대로 선택받은 이들이 먹는 귀한 음식이 되고 말았다. 중앙에서 한 자리 하던지 돈이 아주 많던지, 그래야만 흑산도나 신안군에 전화해서 한 점에 몇 만원 하는 고기를 입에 넣어 볼 수 있었던 것.

흑산도 홍어가 떠나자 ,그래도 그 알싸한 맛을 잊지 못하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전라도 사람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라남도 사람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목포 인근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쩌랴 없는 데......

세상은 넓다고 했던가. 칠레 앞바다에 한국의 배들이 떴다. 그런데 이놈들이 냄새가 고약해 쳐다도 안보는 홍어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보기에 ? 칠레 어부들이 보기에. 몇 만원 단위로 홍어값이 떨어지며 전라도 잔칫상에는 칠레산 홍어가 어른이 되었다.

뒤이어 알레스카산 홍어가 들어오고 아르헨티나산 홍어가 입성, 뒤이어 일본산 홍어가 생물로 들어와 시장 좌판을 점령했다. 홍어는 많은데 맛은 천차 만별이었다. 우선 생산 지역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났다. 칠레산은 국산 홍어와 맛이 비슷, 웬만한 사람들은 그 맛을 구별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맛이 좋다보니 가격이 다른 수입홍어에 비해 비싼 편이다. 칠레와 인접한 아르헨티산은 그 아류이나 맛은 칠레산 만 못하다는 평.

알래스카산은 시장에서 싸다고 생각되면 이거구나 하면 된다. 입맛버리기 딱 맞다. 이가 튼튼하지 않으면 씹히지도 않는다.

흑산도 홍어가 마침내 돌아왔다. 배 한 척이 나가면 한 마리, 두세 마리가 고작이던 어황이 지금은 수십 수백마리까지도 잡힌단다. 자연히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가격이 많이 내렸다.

엊그제 흑산도에 전화를 해서 한마리 주문, 예전같으면 백여 만 원 하던 홍어가 삼십만 원에 가능하단다. 삭히지 않고 생으로 썰어 재래식 고추장에 푹 찍어 볼이 터지도록 입 안에 넣으면 그 즐거움이란 천하제일이다. 특히 소한 이쪽 저쪽인 이 때가 가장 좋다.

카~ 한 맛을 느끼려면 단지에 홍어를 씻지 않고 내장을 제거한 후 몇 개로 토막을 낸 후 단지 바닥에 짚을 두껍게 깔고 그 중간에 토막낸 홍어를 놓고 위에 짚을 덮어 봉하고 뚜껑을 닫아 적게는 3~4일, 많으면 8~9일을 삭히면 코가 뻥 뚫리는 박하맛 홍어가 된다.

이 과정에서 꼭 지켜야할 것이 있다. 홍어의 껍질을 벗기면 헛 농사 짓는 것이다. 홍어가 삭혀지는 것은 홍어껍질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것을 벗겨버리면 삭혀지겠는가, 썩어버리지. 또 하나, 홍어에 물기가 닿으면 맛은 현격히 떨어진다. 다른 회도 마찬가지다. 민물기가 닿으면 좋지 않다. 깨끗한 행주로 해결해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홍어 산지인 신안에서는 바닷물고기를 잡아 신김치에 감아 먹기를 즐긴다. 심지어 돼지고기를 김치에 감아먹기도 한다. 이 문화의 연장선이 삼합이 아닌가 한다. 삼겹살을 삶아 익은 김치 위에 얹고 홍어를 곁들여 입 안에 넣으면 밥 생각이 없어진다. 거기다 막걸리가 함께 한다면 나랏님도 부럽지 않다.

몇해 전, 친구와 진도에 놀러갔다 아주 허름한 술집을 들렀다. 거기서 우리 둘은 눈물을 흘리는 감동을 맛봤다. 겨우내 눈을 맞은 부드러운 보리싹을 뜯어 된장을 풀고 거기에 홍어 애(간)를 넣어 끓였는 데, 그 국물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셨고 그리운 고향 임자도가 있었다. 저녁내내 우리는 그 국물의 감동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탁이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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